[1차 가치가게]바늘향기
- 실행기간: 2020.07.01. ~ 2020.12.31.
- 작성자: 세르
- 작성일: 2023.02.03. 19:19
- 조회수: 747
예술
바늘향기 주소 경남 김해시 가락로 93번길 19-2 전화 055-326-3690
바느질, 사람을 잇다.
소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천을 자르고, 바느질로 천을 이어 붙인다. 엉덩이가 아픈 줄도 모르고 몇 시간이고 앉아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들어진 모시 발, 조각보, 이불, 가방 ,인형 등 각종 소품이 아기자기하게 바늘향기 공간을 채우고 있다. 겉보기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품이지만, 그 안에는 만든 이의 정성이 가득 담겨있다. 20년 동안 바늘을 놓지 않고 있는 바늘향기 함정순 대표를 만났다.
‘내가 잘 아는 일을 해보자’
“엄마는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바늘향기 함정순 대표의 딸이 출근하는 그를 보고 말했다. 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함 대표에게 바늘향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의 첫째가 열 살이 될 무렵인 2002년 그는 내동에 도자기와 보이차를 판매하는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를 운영하려면, 물건을 잘 파는 영업 기술(?)이 필요했다. “이 제품은 어떠세요?” 함 대표는 처음 본 사람에게 이 말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영업은 젬병이었다. 대학시절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는 ‘내가 잘 아는 걸 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바느질’이었다. 함 대표는 가게를 차려 바느질을 꾸준히 해오다 2017년 동상동 김수로왕릉 앞에 ‘바늘향기’이란 상호로 가게 문을 열었다.
함 대표는 “바느질을 놓은 적은 없지만, 둘째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엄마의 삶에 최대한 집중했어요. 아이들은 잘 자라줬죠. 첫째는 비올라, 둘째는 바이올린 연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성인이 된 아이 둘은 함 대표의 자부심이자 보람이죠. 육아를 졸업한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몰두하며, 날마다 즐겁게 보내고 있답니다”며 웃었다.
바늘향기는 바느질로 할 수 있는 각종 소품으로 차곡차곡 채워졌다. 행거에는 원피스와 앞치마가, 침대에는 쿠션과 이불, 베개가, 벽면에는 자수가 액자에 담겨 걸려있었다.
바느질은 궁둥이를 붙이고 오랜 시간 앉아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혼자 하는 일이 외로울 법도 한데 함 대표는 바느질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며 웃었다.
“바느질은 저를 지켜온 힘이에요. 육아를 하면서 제가 흐트러지지 않게 바로 세워주는 힘을 바느질해 얻었죠. 저는 종교는 없지만, 바느질은 어떤 상황에서도 저를 놓지 않도록 잡아준 기도 같은 역할을 했어요.”
바느질 한 땀 한 땀에 담긴 마음
매주 한 번, 바늘향기를 찾는 수강생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바느질에 집중하며 하루를 보낸다. 수강생은 대부분 50~60대다. 바느질하며 일주일 동안 쌓아둔 수다 보따리를 한껏 풀어놓는다. 바늘향기는 자연스레 수강생의 사랑방이 된다.
함 대표는 “저희 바늘향기에는 10년 넘게 수강하신 분들이 많아요. 바느질하며 자연스레 세상 사는 이야기, 일상 이야기를 나누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져서 1년에 한 번씩 함께 여행도 떠나요.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웃고 즐기며, 여행까지 떠나니 얼마나 좋아요”하며 웃었다.
바늘향기에서는 모시 발을 비롯해 조각을 이어서 만드는 조각보와 소품 들 자수를 예쁘게 수 놓아 만드는 가방 파우치, 인형 등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모든 지 만들 수 있다. 수강생이 만드는 소품 대부분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선물이다. 바느질한 땀 한 땀에 만드는 이의 정성도 들지만, 남에게 무언가를 나누는 즐거움도 함께 담겨 있다.
그는 “한 수강생은 10년 내내 이불을 만들어 주위에 선물하기도 했어요. 수강생들이 소품을 만들며 선물 대상을 생각하죠. 바느질은 나만 즐거운 게 아니라 남도 즐겁게 만들어요”라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바느질
바늘향기는 지난 시간 동안 찾는 이들의 사랑방이자, 행복을 찾는 공간, 휴식의 공간이 돼 왔다. “내동에 가게 문을 열고, 여기로 옮겨 왔을 때도 20년 동안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이 있어요. 그분은 수줍음이 많아서, 손님이 없을 때만 찾아오시는데요.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여기에 오면 참 행복해요’라고요. 그분 말을 듣고 저도 행복했어요. 누군가에게 바늘향기가 행복의 공간이 됐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몰라요.”
바늘향기는 예술을 가치로 가치가게에 참여하고 있다. 사전적으로 예술은 ‘미적 작품을 형성하는 인간의 창조활동’을 말한다. 바늘향기는 실과 바늘만 있으면 모든 예술이 가능한 공간이다. 바늘향기는 바느질로 사람을 잇고,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어 온 것이다. 함 대표는 ‘지금처럼’ 바늘향기를 운영해 나가고 싶다했다. 함 대표는 “자식들 다 키워 독립시키고 50~60대가 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잖아요. 이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 와서 비슷한 또래끼리 시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죠. 게다가 이제 다들 할머니가 되다 보니, 손자들을 보게 되잖아요. 나이가 들면 좋은 할머니가 되는 게 모두의 바람이죠”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저도 곧 태어날 손녀를 위한 선물을 만들 참이에요. ‘지금처럼’을 유지하는 게 참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처럼 바늘향기를 웃음이 넘치는 공간, 나눔이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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