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치가게]민아헤어샵
- 실행기간: 2021.07.01. ~ 2021.12.31.
- 작성자: admin1
- 작성일: 2023.02.07. 10:02
- 조회수: 1080
나눔
민아헤어샵 주소 경남 김해시 호계로452번길 23-17 전화 055-326-3040
오랜 친구 같은 헤어샵
유치원을 다니던 까까머리 꼬마가 어엿한 성인이 되어 결혼할 신부를 데려와 머리를 하기까지, 민아헤어샵 여영인 대표가 부원동에서 민아헤어샵을 운영한 세월이다. 민아헤어샵은 1999년 가게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한자리에서 고객들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고 있다.
속 편한 된장 같은 공간
민아헤어샵에 들어서면 입구 오른쪽에 넓게 자리를 차지한 주황색 소파와 널찍한 테이블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서너 명이 거뜬히 앉을 크기의 소파가 두 개나 놓여 있지만, 소파는 언제나 만석이다. 머리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신의 차례가 끝나도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여영인 대표에게는 고마운 풍경이자, 민아헤어샵만의 특별한 모습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 편인데, 어르신들이 정이 많잖아요? 누구든 소파에 앉아서 5분만 있으면 호구조사 뚝딱이에요. 이름부터 나이는 물론이고, 힘든 일이나 기쁜 일 있으면 나누고, 또 ‘어디가 아프다’ 하면 그 병에 좋은 약이나 민간요법도 공유하죠. 그뿐인가요, 저는 가게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마을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 들어요. 제가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어르신들과 함께하면서 말도 많이 늘었습니다.”
단순히 이야기만 하는 용도는 아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식사를 함께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가게 안쪽에 자리한 부엌에는 감자나 고구마 등 먹을거리가 마를 날이 없었고, 여 대표가 아니라도 손님 누구나 부엌을 오가며 먹을 것들을 준비했다.
“자연스럽게 가게 안에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고객이 때마침 올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저 혼자 먹을 순 없으니 같이 먹던 게, 나중에는 꼭 점심이 아니라도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밥이며 간단한 주전 부리며 테이블에 펼쳐서 먹게 됐죠. 자주 오는 분들은 그걸 아니까, 집에 있는 옥수수 같은 것들 가져오셔서 또 같이 먹고, 그런 게 푸근한 정이죠. 그래서 제가 저희 가게를 된장 같은 가게라고 소개하곤 해요.”
나눔은 함께 행복한 방법
민아헤어샵의 특별한 점은 또 있다. 바로 경로우대 가격을 운영하는 것이다. 처음 가게 문을 열고 6개월 후부터 시작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용 가격을 할인하는 정책으로, 그 덕분에 특히 어르신 고객이 많은 편이다.
“부산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다 김해에 왔으니, 처음에는 미용실 홍보 목적도 있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머리도 잘한다고 입소문이 나서, 금세 자리를 잡을 수 있었으니, 제겐 참 도움이 됐죠. 동시에 어르신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머리를 하실 수 있으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해요. 실제로 대동이나 진례에서도 추천을 받아서 이곳까지 와주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가끔 제가 대동이나 진례에 갈 일이 있는데 거리가 꽤 되는데도 일부러 찾아주시는 거니까요.”
이미 20년 이상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온 셈이다. 가치가게에 딱 맞는 가게지만, 사실 여 대표가 가치가게사업에 선뜻 참여한 것은 아니다. 처음 가치가게사업 홍보 차 들른 담당자들에게 여러 번 사업 내용을 물어보며 취지를 확인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우습지만 처음 사업 소개를 들었을 때는 혹시 이상한 권유가 아닌가 의심도 했어요. 실제로 김해시청에 전화해서 정말 믿어도 되는 사업인지 확인도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담당자가 여러 번 찾아와서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정이 들었는지 마음이 닿아서 ‘나눔’ 가치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가치가게 리플릿을 보고 ‘저게 뭐냐’고 물어보시는 고객들도 있고, 이 자체로 말할 거리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가치가게’ 하면 그 자체로 고객들에게 좋은 가게라는 인식을 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운영되면 좋겠습니다.”
최고의 스타일을 찾아
오랜 시간 미용 일을 해왔지만 여 대표는 여전히 이 일이 재밌다. 두상도, 모발의 성질도 제각각인 고객들을 만나 그에 꼭 알맞은 머리 모양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마치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듯하여 대표에게도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작품 같다.
“처음 가게를 찾아오신 분들은 보통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그동안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맞는 머리 모양이 있는 거죠. 그런데 제 눈에는 더 나은 스타일이 보여요. 그러면 권유를 드리지만, 머리 스타일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한두 번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드리다가, 여러 번 얼굴을 보고 친해지면 그제야 ‘미용사님이 원하는 대로 해봐’라고 하세요. 그럼 새로운 스타일을 권하죠. 이후 다시 오셔서 ‘새로 한 머리 예쁘다더라’라고 좋아하시면 그만큼 기쁜 게 없습니다. 고객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해야죠.”
이제 여 대표는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그저 지금처럼 친구이자 가족이 된 고객들과 함께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 날마다 더 나은 스타일을 고민하고, 고객의 머리를 손질하고, 고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4~5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1년간 가게를 쉰 적이 있습니다. 다시 돌아왔을 때, 고객들이 반겨주셨어요. 그때 고마웠던 마음은 말로 다 못 합니다. 고객들이 저를 기다려줬듯, 저도 이 자리에서 언제나 고객들을 반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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