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치가게]도예공방 스페이스 봄
- 실행기간: 2021.07.01. ~ 2021.12.31.
- 작성자: admin1
- 작성일: 2023.02.06. 15:48
- 조회수: 670
예술
도예공방 스페이스 봄 주소 김해시 활천로5번길 6-14 1층 전화 010-2623-6061
긴 호흡으로 천천히 만드는, 나만의 도예 세계
황톳빛 흙덩어리가 덩어리 채로 작업대 위에 오른다. 다섯 손가락이 수십 번 왔다 갔다 하며 흙을 매만진다. 조각칼로 흙이 잘리고, 덩어리였던 흙은 만지는 손길에 따라 컵, 화병, 접시 등이 된다. 만든 이의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은 손을 거쳐, 하나의 작품이 된다. 도자기로 유명한 김해 진례면을 가지 않고도, 도심에서 흙을 조물거리며 도예 세계에 빠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부원동 ‘스페이스 봄’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
2018년 문을 연 ‘스페이스 봄’은 창작스튜디오이자, 이혜정 작가의 첫 개인 작업 공간이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이 작가는 결혼, 육아하며 흙을 만지거나, 조각을 다시 할 여유가 없었다. 그는 대학 시절 흙과 마주하며 작업하던 시간은 그저 추억으로 마음에 새겨둬야 했다. 이 작가의 둘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자. 그는 자신의 봄날을 찾기 위해 나섰다. 그렇게 문을 열게 된 게 스페이스 봄이었다.
“도자기 작업을 할 개인 작업실이 필요했어요. 결혼 후 작업실을 마련하기까지 15년이 걸렸네요. 매일 이곳에 출근해 손을 풀고, 즐겁게 작품 활동하고 있죠. 개인 전시회를 거창하게 열기보다는 현재 작품 만드는 걸 즐기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봄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흙냄새가 물씬 풍긴다. 컵, 접시, 화병, 그릇 등이 선반 곳곳에 전시돼 있다. 스페이스 봄 안쪽 작업 공간에는 작업대 위 조각칼과 흙덩어리가 올라가 있다. 작업 공간 한쪽에는 수강생들의 작품들이 건조되고 있다. 이곳은 도자기, 테라코타(*이탈리아어로 ‘구운 흙’을 의미한다. 점토를 말리고 조각하고, 굽는 등 다양한 방법을 만든 입체적인 조소와 조형물 등이 속한다), 입체 조형 등을 작업할 수 있다. 평소 생각을 흙을 재료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강생은 일주일에 한두 번 스페이스 봄을 찾는다. 수업은 초급, 중급, 고급반으로 나눠 진행된다. 이 작가는 “처음 오는 분에게는 손으로 흙을 빚은 기법을 다양하게 알려드리고 있어요. 중급, 고급반으로 가면 물레를 사용하고 이후에는 자유 창작 수업으로 수강생이 자유롭게 작품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사람들 대부분은 ‘예술’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도예, 그림그리기 등 미술 활동을 시작하는 데 주저한다. 이 작가는 이러한 생각들이 평가받던 교육 시스템에서 온 편견이라 말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미술은 과목의 하나로, 학교에서 평가받아왔잖아요. 미술, 예술은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잘’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제대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집중해서 연습하고 표현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작업이 쌓여 ‘완성’되어 감을 느낄 겁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흙을 만지고 도예는 생활 물품을 많이 만들지만, 이 또한 예술 활동이죠. 많은 사람이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즐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선한 즐거움, 느림의 미학이 공존하는 공간
흙을 만질 때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허용되지 않는다. 손은 흙을 매만지고, 정신은 오로지 흙에 향해 있어야만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흙을 만지는 순간은 회사, 집안일 등에 온전히 벗어나 흙과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 오는 차분함과 안정감은 도예만이 가지는 매력이다. 이 작가는 “도예 작업은 긴 호흡으로 천천히 해야 합니다. 남들이 하는 작업이 부러워 빠른 호흡으로 결과를 얻으려고 하면, 작품에 금이 가거나 결과물이 굉장히 안 좋더라고요. 작업을 할 때는 자신의 호흡에 신경 쓰면서 천천히 만들어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도예는 천천히 자기 호흡을 찾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선한 즐거움과 느림의 미학이 공존하는 공간.’ 이 작가는 스페이스 봄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가 말하는 선한 즐거움은 흙 자체가 주는 기쁨이다.
“‘흙’이라는 물질이 가지는 고유한 성질은 순수함이라 생각해요. 자연에서 온 흙은 손으로 만지는 대로 다 표현됩니다. 그래서 저는 흙 자체의 이미지가 ‘선함’이라고 생각해요. 흙을 만지는 사람들은 어릴 적 모래놀이, 흙장난하듯 동심으로 돌아가지요. 가치가게에 참여하는 ‘예술’의 가치가 이런 것 같아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쉽게 흙을 만지며 예술을 즐기는 것이요.”
스페이스 봄이 이 작가에게 새로운 봄날이 되었던 것처럼, 그는 이 공간이 많은 이들에게 봄날 같은 따뜻한 공간이 되길 바랐다. 이 작가는 “사람마다 다양한 창작의 욕구가 있어요. 하지만 어디에 어떤 장소가 있는지 잘 몰라 경험하지 못하죠. 작업실을 만들기 전에 저도 여러 작업실을 전전해 봤지만, 마음 편히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없더라고요.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 스페이스 봄이 그런 공간이었으면 합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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