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가치가게]이솝토스트
- 실행기간: 2020.07.01. ~ 2020.12.31.
- 작성자: 세르
- 작성일: 2023.02.06. 13:42
- 조회수: 705
삼십 대 초반부터 동상동에서 분식집, 옷가게, 슈퍼 등을 운영했다. 김해 중심지이자 오랜 역사가 있는 동네인 만큼 많은 사람이 머물렀고, 또 떠나갔다. 이곳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부, 김정화 씨와 황순옥 씨를 만났다.
동상동 지킴이
김정화 씨가 동상동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는 30년, 이솝토스트를 운영한 지는 12년이 넘었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곳은 김해에서 제일가는 번화가였지만 신도시들이 생겨나며 많은 사람이 동네를 빠져나갔다.
“이 동네에 있은 지는 30년도 넘었어요. 동네에 정이 들어서 다른 데 갈 생각은 안 했죠.” 사람들이 빠져나간 동네는 정체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꽤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었다. 종로난장, 소소한 식탁 등의 행사가 있을 때면 동네는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금지되면서 모든 행사가 열리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고. 이런 상황에 누구를 탓할 순 없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는 김정화 씨. 상인회에서 활동 중인 그는 동네를 살리기 위한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김해문화재단이 동네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들을 직접 설득하며 참여를 권하기도 한다. 평소 이솝토스트는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어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물으러 오는 곳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재단과 인연을 맺었고 가치가게도 참여하게 됐다. “(종로난장, 가치가게 등) 이런 걸 만들어만 놓고 끝 낼 게 아니라 계속했으면 좋겠고, 저도 계속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뭐라 말을 못하겠어요.”
김정화 씨는 축제가 열릴 때면 주최자이기도 하면서,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 참석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다른 사람보다 적어도 두배는 더 축제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셈. 그의 모습에서 다시 축제가 열렸을 때의 동네 모습이 궁금해진다.
같이 가는 가치가게
이솝토스트의 손님은 90퍼센트 이상이 외국인 손님이라고 한다. 이웃 가게들도 대부분 외국인이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다국적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김정화 씨는 자연스럽게 가치가게 가치 중 ‘다양성’을 선택했다. 한글로만 적혀 있던 메뉴판에 밀크티는 찌아(Chiya), 딸기바나나주스는 라씨(Lassi) 같은 단어를 같이 기재해 어떤 메뉴인지 알 수 있게 하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메뉴도 개발했는데 모두 성공적이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부부가 그들에게 항상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주 오는 친구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응원도 보낸다.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꺼이 돕는다. 황순옥 씨는 혼자 병원에 가는 게 힘든 친구와 같이 병원에 가주기도 했다. “정도 주고 그러다 보니 어떤 애들은 집으로 돌아간다고 인사하러 와서는 자기 나라에 오면 연락 달라고 전화번호도 주고 가고 그래요.”
얼마 전에는 가치가게를 응원하는 대학생들이 소파 리폼과 앞치마 제작을 해줬다. 김정화 씨는 가치가게 참여하게 되어 좋은 점 중 하나가 젊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웃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분리수거, 거리를 청소하는 것 등으로 다툼도 있었다. “가게 앞을 쓸면 복을 쓸어버린다고 안 좋아 했어요. 그래서 저희 가게 앞만 쓸곤 했죠.” 문화의 차이로 발생한 문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대화로 풀 수 있었고, 지금은 같은 마음으로 동네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가치가게라는 말이 ‘같이 가자’는 뜻도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동네를 위하는 일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 일을 환영하는 건 아니다. 저마다 이유가 있기에 비난할 수도 없다. 다만, 사람들로 붐볐던 그때를 기억하고 있는 김정화 씨로서는 침체되어 가는 동네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고, 결국에는 같이 가야 하는 길이기에 설득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하루빨리 상황이 나아져 일상이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동네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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