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가치가게]H2O가방백화점
- 실행기간: 2020.07.01. ~ 2020.12.31.
- 작성자: 세르
- 작성일: 2023.02.06. 11:18
- 조회수: 769
H2O, ‘물’을 의미하는 원소기호다. 가방 가게 이름으로 기억하기에는 생경할지 몰라도, 로데오거리에 가방백화점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곳에 오랜 세월 곧고 굳은 마음으로 거리를 지키고 있는 대표 이충희 씨가 있다.
빛을 보기 시작한 노력
“에이치오? 에이치오투? 단골 중에도 가게 이름은 기억 못하는 분이 많아요. 이름을 바꿔볼까도 했지만 어찌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요.”
H2O 가방백화점은 부산·경남 지역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 중 손에 꼽히는 규모다. 그만큼 거의 모든 종류의 가방을 구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이충희 씨는 30년 가까이 이곳 한 자리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때문에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확연히 줄었다. 그런데 상인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매장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로데오거리가 더 걱정이다. “저는 로데오거리가 먼 훗날까지 서로서로 잘 어울려 지내고, 사람들로 붐비는 행복하고 활기찬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로데오거리에는 한동안 상인회가 없었다. 15~16년 전 상인들의 친목 도모와 거리 활성화를 위해 ‘로데오 상인회’를 구성했고, 상인회는 로데오거리를 오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았다. 거리의 가로등을 꽃으로 장식하고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설치했다. 상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거리 안에 작은 공원(일명 쌈지공원)도 만들었다. 이처럼 깨끗한 거리, 안전한 거리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덕분에 거리는 정비되었고, 여전히 진행 중인 그들의 노력은 거리를 계속 쾌적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로데오거리가 형성되었던 초창기에는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고. 이충희 씨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으로 이곳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기 상인들을 보면 다 가족 같은 좋은 사람들이에요. 외국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생기기 시작한 초반에는 기본적인 규범 같은 걸 잘 모르다 보니 과도기가 있었던 거죠.
지금은 질서가 많이 잡혔어요.” 이충희 씨는 가게들이 하나둘 빠져나간 자리를 채워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서로가 있어 존재하는 거리
로데오상인회는 김해 이주민의 집과 협의하여 몇 해 전부터 쌈지 공원에서 ‘세계 이주민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가 열리면 음식을 나눠 먹고, 케이크 커팅식과 공연도 한다. “그들을 환영하는 마음도 담았고, 그 친구들 때문에 이렇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으니 보답한다는 의미도 있어요.”
이충희 씨는 가치가게에 참여하기 전부터 이웃인 외국인들에게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규범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상인들과 함께 거리 환경미화에도 신경써왔다. 그리고 가치가게 가치 중 ‘다양성’을 선택했다. 가치가게에 참여한 후에는 ‘함께하는 거리’를 위한 문구를 나라별 언어로 기재한 안내판을 제작해 곳곳에 부착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모습의 거리를 보여주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달려오면서 지칠때도 있었다. 하지만 로데오거리를 생각하는 마음과 책임감은 결코 없어지지 않았다. “군대에 갔을 때 빼고는 김해를 벗어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이 자리(H2O 가방백화점)가 예전에는 중국집이었어요. 졸업식 날 여기서 짜장면을 먹었던 추억이 있는데 세월이 지나 제가 여기서 가게를 하게 됐네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로데오거리에) 애착이 있죠.” 지금의 로데오거리가 있기 전부터 이곳의 역사를 보고 겪은 그이기에 자신보다 거리가 더 걱정이라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와닿는다.
‘물, 불, 흙, 바람’은 지구를 이루는 제4원소라고 한다. 이충희 씨가 로데오거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로데오거리를 이루는 원소 중 하나라고 한다면, 이충희 씨 못지않게 로데오거리를 지키고 싶은 상인들과 이곳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 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로데오거리를 이루는 또 다른 원소들이 아닐까. 하루빨리 상황이 나아져서 완전한 로데오거리를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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