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가치가게]E9pay
- 실행기간: 2020.07.01. ~ 2020.12.31.
- 작성자: 세르
- 작성일: 2023.02.06. 11:11
- 조회수: 621
경상남도의 이태원거리라고 불리는 김해 로데오거리. 명성에 걸맞게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바로 이 거리에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E9pay’가 있다. 인적이 드문 어두운 밤, 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E9pay의 대표 인두닐 씨와 송윤희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배려, 나눔이 일상
E9pay 인두닐 대표는 13년 전에 스리랑카에서 김해로 왔다. 처음 김해에 온 건 직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일을 그만 둔 후 대학교를 다니며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E9pay를 운영하게 된 건 인두닐 씨의 영업력과 더불어 한국에 있는 스리랑카 사람들과 그의 교류를 알게 된 E9pay 본사에서 직접 찾아와 대리점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18년 김해대리점 1호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2호점까지 운영 중이다.
“스리랑카 사람들 상담과 통역을 많이 해줘요. 한국어, 한국 법을 모르면 사소한 것도 통역이 필요하잖아요. 전화를 24시간 들고 있어요.” 한국 문화와 법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인두닐 씨는 평소 스리랑카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면 언제나 기꺼이 시간을 내준다. 오랜 시간 꾸준히 도움을 준 만큼 스리랑카 사람들 대부분이 인두닐 씨를 알 정도라고. E9pay는 가치 중에서 ‘나눔’과 ‘환경’을 선택했다. “저희는 가게 불을 계속 켜놨어요. 밤이면 사람들이 많이 없다 보니 다니기 무섭다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어두울 때는 저도 조금 무섭더라고요. 사람이 별로 없어도 불이라도 밝으면 덜 무섭잖아요.” E9pay가 불을 켜놓은 건 가치가게에 참여하기 훨씬 전부터다. 인두닐 씨의 아내 송윤희 씨는 큰 의미를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가치가게라는 이름으로 이어가다보니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남편은 거리가 깨끗해야 된다고 항상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했어요.” 이처럼 누군가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싶어서, 모두가 함께하는 거리가 깨끗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행동한 것들이 가치가게와 만나 조금 더 의미 있는 실천이 된 셈이다.
우리는 이제 진짜 이웃
E9pay는 불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가게 앞에 의자도 내어놓고 물이나 커피도 나누고 있다. 이곳을 지나가는 어르신들의 작은 쉼터가 되어주고 있는 것. “한 번은 근처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커피를 마시러 오셨어요. 그러다가 조금 쉬었다가 가자며 의자에 풀썩 앉으시더니, 본인 자식에 대한 얘기도 하시고 저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게 종종 여기 오시는 분들과 사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요.” 자리를 내어주는 것으로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간 부부는 그렇게 이곳 사람들과 진짜 이웃이 되어 가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의자를 내어놓지 못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조금 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가치가게로 인해 거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다들 크게 신경을 안 썼어요. 그런데 가치가게가 생긴 후에는 다 같이 동네를 안전하게 지키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두 사람은 앞으로도 지역 공동체에서 뭔가를 제안하면 흔쾌히 응할 생각이라고 한다. 최근 인두닐 씨는 김해를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도 참석해 가치가게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더웠다가 추웠다가 하는 날씨에 적응을 못해 많이 아팠어요. 이불 살 돈도 없었는데, 주변에서 이불도 갖다주시고 다들 잘해주셨던 게 아직도 마음에 많이 남아 있어요. 제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스리랑카의 음식, 차, 종교 등의 문화를 알리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의 계획이 꼭 실천으로 이어지길 응원한다. 서로의 문화를 아는 만큼 우리는 가까워질 것이고, 그렇게 진정한 ‘이웃’으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송윤희 씨는 인두닐 씨와 함께 스리랑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 영업을 위해서 또는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돕기 위한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처지는 천차만별이었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여기(로데오거리)는 외국 사람들이 사는 데가 아니고, 그냥 사람이 사는 곳이에요. 외국 사람, 한국 사람을 떠나서 그냥 사람 사는 곳에 다른 문화가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두 사람의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행보가 이러한 인식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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