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가치가게]동네한바퀴
- 실행기간: 2020.07.01. ~ 2020.12.31.
- 작성자: 세르
- 작성일: 2023.02.06. 13:36
- 조회수: 810
크고 작은 화분들이 가게 앞마당에 나란히 햇볕을 받고 있다. 화분 옆으로 의자도 몇 개 보인다.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 중 몇몇은 얼핏 ‘꽃집인가?’ 착각하기도 한다. 꽃집만큼 싱그러움이 가득한 카페 ‘동네한바퀴’에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방소희 씨를 만났다.
‘우연’이 ‘결심’이 되다
카페 ‘동네한바퀴’ 방소희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던 당시 수릉원 근처에 자주 가는 식당이 있었다. 식사 후 종종 식당 옆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곤 했는데 그 카페가 바로, ‘동네한바퀴’이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카페를 하기로 했어요. 커피를 좋아해서 다른 지역의 유명한 커피를 마시러 다니는 게 취미였거든요.” 그렇게 2010년에 카페를 인수받아 운영을 시작, 2020년 3월에 지금 이곳으로 이사했다.
사실, 동네한바퀴는 김해에서 처음으로 멜론빙수를 판매한 곳이라 빙수집으로 유명하다. 매장 규모가 커지면서 하나둘 디저트가 생겼고, 이 디저트 중 하나가 ‘나눔’의 시작이 됐다. “대량 주문 받은 디저트가 있었는데 날짜를 착각해서 만든 적이 있어요. 40개가 넘는 걸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던 찰나에 ‘방주원’이 떠올랐어요. 제가 방주원 근방의 초등학교를 다녔거든요.”
방소희 씨는 곧바로 방주원(아동복지시설)에 문의 후 디저트를 가져다줬다. 그날 이후 방주원에서 몇 번의 감사 연락이 왔다. 그저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나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듭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기회가 되면 후원을 더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때마침 2020년 가을쯤 ‘가치가게’ 제안을 받았고, ‘나눔’과 ‘예술’을 실천 가치로 선택했다.
“나눔은 제가 생각하고 있던 거라 선택했고, 예술은 카페를 꾸밀 때부터 앞마당을 프리마켓 공간으로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선택 했어요.” 언젠가 해야지 생각만 했던 후원을 가치가게를 계기로 실천하게 된 방소희 씨는 직접 만든 간식을 방주원에 후원하고 있다. “대량으로 만드는 게 힘들긴 하지만 제 노력이 들어간 걸 해주고 싶어요. 한 달에 한 번 후원은 저와의 약속이라 꼭 지키고 싶어요.”
‘가치’를 더욱 가치 있게
“가게에만 있으니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잘 없어요. 그런데 가치 가게는 다른 자영업자분들과 함께한다는 점도 좋았어요.” 방소희씨는 가치가게 참여로 사람들과의 교류도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임은 딱 한 번, 그것도 두 그룹으로 나뉘어 만난 게 전부라 너무 아쉽다고. 대신 가치가게 명패가 붙은 곳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가치가게에 참여하신 분들은 나눔, 예술, 다양성 등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셨을 거잖아요. 이런 걸 생각해 볼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그리고 ‘가치’라는 단어가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더라도 왠지 좋은 말인 것 같잖아요. 카페에 가치가게 명패를 붙이고 나서 제 마음가짐도 조금달라졌어요.”
방소희 씨는 이사하면서 생긴 여유 공간이 지역 예술가의 고충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리마켓도 구상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막막했는데 가치가게 관련 활동가로부터 여러 방면의 도움을 받았다. “프리마켓은 몇 명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팁을 얻었어요. 예술을 하셨던 분이라 매대 디자인 아이디어도 주셨어요.”
이런 도움 덕분에 프리마켓에 대한 가닥이 잡혔고, 매대를 만들어서 어디에 보관해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하며 마켓을 열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후원을 시작하면서 방주원 아이들에게 쿠폰을 나눠주고 싶었어요. 쿠폰을 가지고 오면 직접 고른 메뉴를 먹을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이것도 코로나 때문에 못했어요.” 상황이 나아져 그가 계획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날,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할 동네한바퀴를 상상하니 벌써 마음이 따뜻해진다.
후원을 시작했을 때 방소희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일 한다, 대단하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소감을 전했다.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많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걸 좋아할까? 오히려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시작을 망설이게 하는 것 같아요. 한번 시작하기가 어려운 거지 한번 하고 나면 어렵지 않아요.” 그는 어떻게 보면 재능기부 형식으로 후원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무언가로 할 수 있는 만큼의 나눔을 실천하는 것. 방소희 씨의 행보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몰라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닿아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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