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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바다소리통

[시민기획단편선] 악수할까요? / 24.11.03.(일)10:00

  • 작성자: 항쓰
  • 작성일: 2024.10.21. 16:46
  • 조회수: 97

시민기획단편선

 

악수할까요?

김씨네클럽 × 원주옥상영화제

 

*원주옥상영화제 추천사

작년에 이어 올해도 김해시민영화제에서 강원도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쁩니다. 2024원주옥상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신작들로 원주 시민들이 직접 선정하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강원단편선 공모 결과, 60편이라는 역대 가장 많은 출품률을 달성함으로써 양질의 작품과 만나 더 고무적이었습니다.

원주에 이어 김해 시민들이 엄선한 네 작품엔 공통으로 장벽과 마주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정체성과 꿈, 부재와 장애로 대표되는 나의 그림자에 정면으로 응시하는 이야기에 주목합시다.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자 시련을 돌파할 우리를 상상하면서 말이죠.

원주옥상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이효정
 

*김씨네클럽 선정사

원주옥상영화제와 김씨네 인연은 특별합니다.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축제라는 점이 닮았고 영화제에서 첫 인연을 맺은 지역이 원주여서 더 그러합니다. 이번에 받은 ‘강원단편선’ 영화들이 모두 좋아서 네 편만 선정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여덟 편의 영화 중 선정한 네 편의 영화는 나와 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벽, 상처, 편견, 방황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먼저 마주하고 맞서야 할 무언가를 보여주는 영화들을 골랐습니다.

네 편의 모든 영화에는 나름의 악수가 존재합니다. 딸과 과거의 아빠, 나와 다른 자아, 귀신과 수험생, 청각 장애인과 가상의 AI는 마지막엔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밉니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악수하기 위해 수줍게 손을 내미는 재미있고 따뜻한 영화들을 마음으로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씨네클럽 이지혜

 


 

 

8월의 크리스마스

한국 | 2023 | 극 | 30min | DCP | Color | G

은수는 결혼식을 앞두고 불현듯 강릉으로 향한다. 다섯 살의 기억을 붙들고 오래전에 가족을 떠난 아빠를 찾아 나선 것이다. 길을 헤매다 기찻길 옆에서 우연히 잡아탄 택시는 정체가 묘연하다. 8월 뜨거운 한여름 밤에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여름은 겨울로 바뀐다. 낮선 장소, 낯선 시간대에서 판타지처럼 시작된 둘의 여정. 은수는 그와의 특별한 하루를 통해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마음과 기억을 마주한다.  

 

*이가홍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영화과 졸업 후 전문사 극영화시나리오를 전공 중이다.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2018), <광장>(2021), <네가 사랑한 것들을 기억할께>(2021)을 연출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2023년 히로시마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상영작 추천사

인생에 새로운 반환점이 될 순간이 오면 유독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반환점이 결혼식이라면, 그 대상이 가족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아픈 가시처럼 내면 깊은 곳에서 누르고 있던 감정들은 어느 순간 해소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결혼을 앞둔 딸이 오래전 가족을 떠난 아빠를 찾아 강릉 어렸을 적 동네를 무작정 찾아 헤매는 여정은 마음의 지도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딸의 마음과 대조적으로 카메라에 담긴 강릉 곳곳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8월의 여름이 갑자기 겨울로 바뀌는 판타지적 설정에서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대면한 딸의 눈빛은 애잔하다. 그토록 기다렸고 알고 싶었던 누군가의 진심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안도하게 되는 그 마음을 카메라에 잘 담아냈다. 딸인 줄 모르고 딸에게 건네는 아빠의 마지막 말과 임종 전 마지막으로 만난 아빠의 택시에 살포시 놓고 온 청첩장. 한여름에 확인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딸은 이제 편안히 인생의 다른 한 걸음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씨네클럽 이지혜

 


 

 

파놉티콘

한국 | 2024 | 애니메이션 | 15min | MOV | Color | G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열망과 이를 가로막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충돌한다. 그 결과 두 개로 나뉜 자아는 쇠사슬에 묶인 채 서로 맞서며 감옥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감옥은 ‘파놉티콘’이라는 원통형 구조로 갇힌 사람들은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야만 탈출할 수 있다. 작품을 통해 위로 올라갈 수 있고 성공하면 환호가, 실패하면 추락이 기다리고 있다.

 

*우혜민

2002년 부여 출생, 2022년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애니메이션스쿨에 입학하여 재학 중이다. <그 무렵 우리는>(2019) 제작에 참여했고, <가짜면접>(2019), <연주의 숲>(2020), <파놉티콘>(2024)을 감독했다. <파놉티콘>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하였으며, 2024년 3월 로마 프리즈마 필름 어워즈에서 수상했다.

 

*상영작 추천사

공을 들여 만든 나의 창작품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모르는 이들이 나를 쉽게 판단할 수도 있으며 나를 아는 이들에게는 나의 감춰진 모습을 꿰뚫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작이란 본래 일기가 아닌 이상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닌가? 영화에는 일단 몸을 내던지자는 주인공과 자신을 꽁꽁 감춘 채 준비만 하는 주인공이 둘 나온다.

창작하는 과정에서 이 둘 사이의 근사한 비율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 과정에 묻혀 완벽함을 찾고 또 찾다, 언젠가는 작품을 가지고 세상에 몸을 내던지게 된다. 이후에는? 날 판단하고 재단할 것 같은 세상은 걱정과 달리 어둡지만 꽤 편하다. 지금도 창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예술가를 응원한다. 이미 작품을 세상에 내보인 예술가라면 자기 작품에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사실 다른 이들이 내 작품을 판단하면 좀 어떤가. 창작의 결과에 굴욕은 없다.

김씨네클럽 이용준

 


 

 

꿈은 이루어진다

한국 | 2023 | 극 | 24min | DCP | Color | G

전교 꼴찌 은아는 어느 날, 친구들이 전교 1등 귀신에 대한 괴담을 수군대는 것을 듣게 된다. 엄마 미숙의 광적인 교육열로 감금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은아는 엄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귀신과의 협상을 통해 빙의하게 된다. 귀신의 도움으로 딸이 전교 1등이 된 것을 전혀 모르는 미숙이 기쁨을 만끽하기도 잠시, 밤마다 혼잣말을 하고 어딘가 달라진 딸의 모습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는데...

 

*남궁연이

강릉에서 자랐고 정동진독립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스승을 만나 영화감독의 꿈을 키운 ‘정동진 키드’다. 강원영화학교 극영화 제작 워크숍 1기 출신으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2024년 정동진영화제 관객상인 땡그랑동전상을 받았다. 그외 연출작으로 <초행길>(2019), <엄마가 임신했다>(2023)가 있다.

 

*상영작 추천사

입시전쟁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닐 정도로 우리나라 부모들의 학구열은 열기가 지나쳐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 학교에 전해지는 으스스한 괴담 하나쯤은 들었던 기억이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전교 2등이 죽인 전교 1등의 원혼이 밤마다 학교를 떠돈다는 오싹하고 끔찍한 학교 괴담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지만 공포스럽지 않다.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이렇게 유쾌하게 본 적이 없다.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 섬세한 의상, 장면마다 엿보이는 감독의 기발한 위트, 반전의 결말까지 영화를 보는 동안 연신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위트와 유머 속에 톡톡 건드려주는 시사점도 빠트릴 수 없다. 특히 은아가 현실의 사람이 아닌 전교 1등 귀신과 소통하는 장면은 측은하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금껏 공포영화에서 보아 온 귀신들의 존재는 대부분 극한의 공포 대상이었다. 하지만 과연 귀신이 사람보다 무서워해야 하는 존재일까? 무서움 때문에 여고괴담 시리즈를 보지 못했다면 여고괴담 코믹 버전으로 추천한다.

김씨네클럽 정희숙

 


 

 

마이디어

한국 | 2023 | 극 | 25min | DCP | Color | 12

2027년, 청각장애를 가진 대학생 가을에게 교수는 팀으로 진행되는 졸업 작품 참여 여부를 묻는다. 배려하는 듯한 교수의 질문에 가을은 고민하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을은 주변에서 자주 언급하는 A.I.앱 ‘마이디어’를 설치하고 앱 속 남자 캐릭터와 자막 기능을 통해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위안을 얻는다.

 

*김소희, 전도희

김소희 감독은 천안에서 태어났고 숭실대학교를 졸업했다. <해로>(2020), <소년>(2021)의 작품이 있다. <마이디어>에서 공동 연출과 편집을 담당했다. 전도희 감독은 원주에서 태어났고 숭실대학교를 졸업했다. <마이디어>에서 공동연출과 각본, 주인공 가을을 연기했다. <마이디어>는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왓챠단편상, 2024년 경상북도 국제AI 메타버스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상영작 추천사

영화 <마이디어>는 장애를 넘어 인간 사이의 소통과 이해를 다루는 따뜻한 작품이다. 가을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I.와 소통하는 방식은 가벼우면서도 진지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선한 의도가 때로는 불필요한 배려가 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영화 속 교수님이 가을을 배려하려다 오히려 소외시키는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A.I.와 가을은 서로 편견 없이 소통하고 배우는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교감은 영화 속 가을이 엄마나 친구와 소통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우리가 어릴 적 친구와 소통할 때처럼 자연스럽고 진솔하다.

<마이디어>는 관객에게 편견 없는 소통과 이해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때때로 질타할 때가 있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필요한 말을 차분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타인을 진정으로 배려하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스럽고 따뜻한 울림을 줄 것이다.

김씨네클럽 정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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