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상영] 우리에 대하여 : 이미랑 감독전 / 24.11.02.(토)19:00
- 작성자: 항쓰
- 작성일: 2024.10.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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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영
우리에 대하여 : 이미랑 감독전
*김씨네클럽 추천사
지난 9월 4일 개봉한 <딸에 대하여>는 관객 2만 명을 넘어서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김해시민영화제 시민기획단 김씨네클럽에서도 여러 차례 이 영화를 관람하며 이야기 나눈 바 있습니다.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은 묵직할 수 있는 주제를 우리의 일상처럼 편안하고 따뜻하게 담아내어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를 통해 감독의 이전 작품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레 이어지게 됩니다.
이번 특별상영은 올해 8월, 인디스토리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주최한 ‘그녀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전’에서 상영된 단편 세 편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이미랑 감독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삶을 하나의 틀로 규정하기보다는 반복적인 감상 속에서 각자의 시선을 형성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을 선보입니다. 20년간 이어진 감독의 다정하고 섬세한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그녀의 작품이 전달하는 깊은 감정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씨네클럽 정동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한국 | 2005 | 극영화 | 15min | DCP | Color | 15
지하철을 탄 기남은 낯선 외국인 여자에게서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라는 전단지를 받는다. 기남은 아버지를 재혼시키려고 베트남 여성 아미나이에게 연락한다. 그러나 결국 서로에게 정이 들어가는 둘. 경제적인 이유로 국제결혼 시장에서 희생되는 이주여성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면서도 코미디와 로맨스를 결합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미랑
서울예술대학과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문예창작과 영화를 공부했다. 단편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2005), <목욕>(2007), <춘정>(2013) 연출을 통해 이주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주목한 작업을 이어왔다. 이창동 감독 <시>(2010), 장률 감독 <춘몽>(2016) 스크립터로 참여하였고 <딸에 대하여>는 첫 장편 영화다.
*상영작 추천사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의 목적은 뭘까. 우리는 결혼이란 제도 속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마다 살아가는 가치와 목적은 다르다. 주인공 기남의 아버지처럼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 결혼을 택하는 사람도 있고 베트남에서 이주 온 아미나이처럼 아픈 동생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새어머니를 찾기 위한 기남과 아미나이와의 첫 만남. 누가 보면 새로 시작하는 연인처럼 보이는 투샷이 마치 청춘영화의 한 장면 같다. 결혼의 목적이 확연히 다른 두 사람 사이에 연민인지 사랑인지 모를 감정이 싹튼다. 기남과 아미나이, 이 젊은 청춘 커플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자연스레 나는 둘을 응원한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결혼과 생존을 위한 결혼을 넘어서 진정한 사랑을 위한 원초적 결혼이 진짜 결혼이 아닐까.
김씨네클럽 전현주
목욕
한국 | 2007 | 극영화 | 19min | DCP | Color | 12
찬물만 나오는 욕실에서 짜증 내는 동생, 원하는 치킨을 주문하지 않았다며 투덜대는 언니, 그리고 시큰둥한 엄마. 그들 사이로 흐르는 은밀한 갈등. 이 영화는 먼 동네로 자매가 목욕을 나서면서 가족 사이의 서먹한 감정과 갈등이 화해로 이르는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보여준다. 가족 안에서만 가능한 투박한 배려, 그 서투른 따뜻함이 그립다.
*상영작 추천사
가족이란 언제나 살갑고 든든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가장 어색하고 성가신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장 어려울 때 가장 먼저 가족을 떠올리며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이해를 찾아간다. 목욕탕 속에서 마주한 두 자매는 차가운 공기가 수증기처럼 녹아가듯 그들이 숨겨온 미묘한 감정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 영화는 일상 속 작은 공간에서 가족 간의 관계를 깊이 조명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이해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미랑 감독은 성 정체성이나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툰 사랑과 미숙한 이해를 차분하게 풀어낸 흘러가는 물처럼 씻겨나가는 감정들 속에서 우리는 다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마주하며 묻는다. “별일 없는 안녕한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가장 가깝고도 먼 존재인 가족. 이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김씨네클럽 박재은
춘정
한국 | 2013 | 극영화 | 28min | DCP | Color | 12
"아… 왜, 사람도 꽃처럼 저마다 색깔이 있잖아요." 밝고 순수한 재중동포 춘정은 한국에서 잘 살고 싶다. 친구 소개로 발들이게 된 보이스피싱 업체에서 일도 하고 정도 쌓으며 이어가던 평온한 나날은 어느 날 들이닥친 경찰들로 인해 예정된 위태로움을 맞게 된다.
*상영작 추천사
사람도 꽃처럼 저마다 색깔이 있다면하늘거리는 레이스와 스카프를 휘두른 재중동포 춘정의 색은 이름처럼 봄의 싱그러운 초록일 것이다. 춘정은 순진한 시골 노인에게 사기를 치는 보이스피싱 업체에 취직하게 되지만 삶의 터전으로 생각한 곳이기에 열심히 일을 배우고 동료들과 정도 나누며 잘 살아가고 싶다. 영화는 우리의 관심이 덜한 이주여성이자 보이스피싱 업체에 있는 그들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영화의중반, 젖은 날개를 펴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나비를 아기 다루듯 정성껏 입김을 불어 날려 보내는 춘정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누군가가 조금 열어준 차창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햇볕은 춘정의 애환에 공감해 주는 부드러운 손길 같다. 엔딩크레딧까지 세 가지 초록색 버전 같은 주제곡은 비치는 톤이 다르기에 세심하게 들어보기를 권한다. 이방인이 아닌 삶을 살고 싶은 춘정의 아픔과 슬픔을 아련하게 보여주니까.
김씨네클럽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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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준이v / bulletpro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