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치가게]장수돼지국밥
- 실행기간: 2021.07.01. ~ 2021.12.31.
- 작성자: admin1
- 작성일: 2023.02.07. 10:09
- 조회수: 1051
나눔
장수돼지국밥 주소 김해시 가락로38번길 15 전화 055-337-5252
돼지국밥 한 그릇에 나누는 정(情)
뚝배기에 담긴 우윳빛 뽀얀 국물 위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숟가락으로 갓 지은 밥 한 공기 푹 퍼서, 보글보글 국물이 끓어오르는 뚝배기에 밥을 담아 꾹꾹 누른다. 양념 된 부추겉절이, 짭조름한 새우젓을 넣고 후춧가루를 톡톡 뿌려 간을 맞춘다. 음식은 자고로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다. 밥을 잘 말은 국밥 한 숟갈을 퍼 ‘후후’ 식혀가며 밥을 먹는다. 맛있게 먹는 한 끼에 세상 부러울 게 없어진다. 손님에게 맛있는 한 끼를 밤낮없이 정성껏 준비하는 곳이 있다. 바로 부원동 ‘장수돼지국밥’이다.
‘성실함’으로 만들어진 국밥 한 그릇
어스름한 오전 5시. 장수돼지국밥 가게 문이 열리고, 조명이 하나둘 켜진다. 가게 주방은 부산해진다. 커다란 가마솥에 7~8시간 핏물을 뺀 돼지 뼈다귀 30킬로그램을 쏟고, 물을 가득 받아 한 시간 동안 끓인다. 이후 가마솥에 담긴 물을 빼고, 새 물을 받는다. 이제는 가스 불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시 돼지 뼈다귀는 가마솥에서 12시간 동안 푹 끓여진다. 육수를 내는 일을 가스 불에 맡긴 채, 돼지 항정살을 솥에 삶고, 잘 씻은 쌀을 압력밥솥에 안친다.
오전 5시 50분.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첫 손님을 시작으로 오후 9시까지 장수돼지국밥에는 수십 명의 손님이 문을 열고 오간다.
장수돼지국밥 안주현 사장이 음식 장사를 한 지는 올해로 26년째다. 부원동 ‘고향밥상’에서 가정식을 팔기 시작하다, 10년 전 고향밥상 인근에 장수돼지국밥 문을 열었다.
“매일 부원동에서 열리는 새벽시장 가서 신선한 채소랑 사골을 사 옵니다. 저는 고향밥상 문을 열고 밥과 반찬을 준비하고, 저희 신랑은 장수돼지국밥 문을 열고 육수를 끓이죠. 저와 신랑의 ‘꾸준함’, ‘성실함’이 저희 식당만의 무기입니다. 도예 하시는 분들은 자기 혼을 담아 도자기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저희도 매일 같이 혼을 담아 음식을 만들어 손님께 내요.”
식탁에 끓어오는 뽀얀 국물이 담긴 뚝배기, 뜨끈한 밥, 야들야들한 항정살 수육, 파릇파릇한 부추, 시원한 맛이 일품인 김치가 오른다. 손님이 앉았다간 식탁에 음식 하나 남김없이 깨끗한 그릇만 남았다. ‘잘 먹고 갑니다’는 손님의 말 한 마디, 바닥까지 깨끗한 뚝배기 그릇은 음식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칭찬이자, 보람이다.
안 사장은 “병원에서 퇴원한 손님이 기운 차려야겠다면서, 국밥 한 그릇을 시켰던 적이 있어요. 맛있게 한 그릇을 다 드시고 제게 ‘내가 보약 한 그릇 먹었습니다’ 하시더군요. 제가 만든 음식을 잘 드시고 가는 손님을 볼 때마다, 장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웃었다.
배가 돼 돌아오는 나눔
안 사장은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만 맛있는 음식을 나누지 않는다. 그는 20년 전부터 ‘경남생명의전화’에 한 달에 한 번씩 반찬 나눔을 하고 있다. 나눔은 안 사장 아들의 권유로 시작됐다. 그는 “20년 전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은 봉사활동을 자주 다녔어요. 경남생명의전화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아들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엄마, 엄마가 반찬 잘 만드니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반찬 좀 나눠드리면 안 될까?’하고요. 아들이 기특했어요. 나눔을 안 할 이유도 없었죠”라고 설명했다.
아들의 말 한 마디가 반찬 나눔의 계기가 됐지만, 안 사장은 어릴 적부터 나눔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은 제삿날이 되면,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제사 음식을 먹고 갔다. 부모님은 집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안 사장의 어머니는 ‘음식은 나눠야 배가 된다’ 했다. 그는 나눔을 실천하는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의 말씀을 마음에 꼭꼭 새겼다.
“어머니는 집에 음식이 없을 때는 막걸리 한 잔이라도 동네 사람에게 나누며 사셨어요. 봉사는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니에요. 아무리 부자라도 타인에게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봉사할 수 없죠. 저는 음식을 나누면 정말 배가 되는 느낌이에요. 제가 나눈 반찬에 어르신들이 식사 한 끼 맛있게 하셨다면 그것만으로 저도 행복합니다.”
오전 5시. 오늘도 어김없이 장수돼지국밥 가게의 조명이 켜졌다. 늘 같은 시간, 같은 동선을 오가며 안 사장은 손님에게 낼 음식을 준비한다. 그는 장수돼지국밥이 손님들에게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안 사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정이 있잖아요. 저는 국밥 한 그릇에 정을 나누고 싶어요. 손님들이 편안하게 내 집처럼 밥 한 끼 맛있게 먹고, 만족스러운 웃음이 만개하는 가게가 되었으면 합니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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