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치가게]한일참기름
- 실행기간: 2021.07.01. ~ 2021.12.31.
- 작성자: admin1
- 작성일: 2023.02.06. 16:09
- 조회수: 1589
역사
한일참기름 주소 경남 김해시 김해대로2325번길 24 전화 055-336-5641
참기름 한 방울에 담긴 ‘신뢰’
1986.
‘한일 참기름’이라 써진 파란 배경의 간판에는 한일참기름이 문을 열었던 그 시간이 빨간 동그라미 안에 커다랗게 적혀 있다. 밤갈색의 낡은 새시, 매일 쉼 없이 기름을 짜내고, 통깨를 볶음 기계들은 가게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게의 문지방은 드나든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반들반들하게 닳았다. 가게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인 ‘한일참기름’을 찾았다.
하루 1만 5천보와 맞바꾼 기름
한일참기름은 한경덕 대표의 어머니 권 옥진 씨가 매일 참기름, 들기름 짜냈던 곳이었다. 한 대표는 권 옥진 씨의 대를 이어 2대째 이 가게를 운영 중이다. 한 대표의 일과는 쳇바퀴 돌듯 비슷하다. 오전 7시 가게 문을 열고, 커피믹스를 한 잔 타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식당 등지에 참기름 납품 주문이 많기 때문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통깨 자루에 통깨를 퍼 담고, 통깨를 물에 씻는다. 바람에 잘 말려진 통깨를 기계에 넣어 볶는다. 160도 온도에서 볶아진 통깨를 소쿠리에 퍼 담아 한소끔 식힌 뒤, 기름 짜는 기계에 통깨를 담는다. 통깨를 넣은 뒤 몇 분이 지나면 압착된 통깨에서, 갈색빛 기름이 주르륵하고 흘러나온다. 기름받이 통에 채워진 기름은 다시 ‘한일참기름’ 상호가 적힌 빨간 스티커가 붙여진 기름병에 나눠 담긴다. 글만 보면 간단한 작업 같지만, 이 모든 과정에 한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다. 그의 손은 볶아진 통깨 안에 너무 타버리거나, 불량인 통깨를 일일이 솎아낸다. 통깨에서 기름을 짜기 위해 기계 안에 통깨를 담고, 기름을 일일이 기름병에 나누는 일을 부지런히 해내고 있다. 정오가 되기 전, 납품할 기름을 다 짜내면, 한 대표는 여름이면 미숫가루를 볶고, 가을이면 고춧가루를 빻는다.
봄에는 파릇파릇 돋아난 봄나물을 참기름에 무쳐 먹는 일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봄이 오면 한일참기름의 문지방은 손님들의 발걸음으로 더 반질반질해진다.
한 대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12시간을 10평도 채 안 되는 공간을 오간다. 그가 가게에서 걷는 걸음만 1만 5천 보가 넘는다. 한 대표의 부지런함 덕분에 가게 안과 가게 앞 골목은 매일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끊이질 않는다.
‘한일참기름’만의 자부심
오래된 가게의 역사만큼 한 대표의 기름 철학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대기업에서 만들어내는 기름은 깨를 분쇄한 ‘깨분’을 가지고 기름을 짜내지만, 저희 가게는 통깨를 압착해 기름을 만들어내지요. 저희 어머니가 2003년 돌아가시기 전부터 함께 일하며 기름 짜는 노하우를 배웠어요. 가게서 만들어내는 기름은 ㈔한국식용유지고추가공업협회의 ‘자가품질위탁검사’를 진행해 벤조피렌(발암물질 성분) 검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 대표의 꼼꼼한 관리와 부지런함 덕분에 멀리서도 한일참기름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그는 “단골은 부원동을 떠나 이사를 가셔도, 우리 집 기름을 사러 찾아오십니다. 주위 지인들에게 ‘한일참기름, 기름 맛있다’고 소개도 해주시고요. 기름 맛있다고 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도 있어요. 그런 모습 보면 매일 부지런히 일한 보람이 있죠”라며 웃었다.
그는 ‘한일참기름’의 참기름과 들기름을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는 비법을 알려줬다.
통깨를 압착해 만든 참기름은 상온 보관해야 한다. 참기름은 보관을 하다보면 깨분이 가라앉게 되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깨분은 먹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깨분 위에 뜬 기름만 먹는다고 한다. 한 대표는 “참기름을 쓸 때 꼭 흔들어서 가라앉은 깨분과 기름이 잘 섞이도록 하세요. 그렇게 먹어야 더 고소합니다”고 강조했다.
들기름은 오메가 3가 들어있어 시간이 지나면 기름이 산패되기 쉽다. 소비기한을 기름을 짠 날에서 2개월 정도로 본다. 이 때문에 들기름은 꼭 냉장 보관해야 한다. 처음 들기름을 쓰고 난 뒤, 들기름병에 참기름을 기름병의 6분의 1정도 부어주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손님과의 ‘신뢰’ 지킬 것
한 대표는 최근 중국의 참깨, 들깨 농사 면적이 40% 준 탓에 참깨와 들깨 값이 껑충 뛰었다고 한다. 그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원재룟값이 상승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기름과 들기름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진열된 참기름병 옆에는 가격 상승을 알리는 공지문이 놓여 있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 깨 농사 면적을 줄이고, 거기에 콩과 옥수수를 심었답니다. 원재료가 오르니 저희도 울며 겨자 먹기로 기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네요. 그 점이 손님들한테 참 미안합니다”고 말했다.
한일참기름의 맛이 30년 넘게 변함없는 건, 한 대표가 매일 꾸준하게 반복된 일을 하는 덕분이다. 그에게 ‘한일참기름’의 공간은 손님과 신뢰의 공간이자, 약속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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